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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암에 걸린 사람들-위암 2005-10-04
연재 _ 암에 걸린 사람들 
 
 
누군 살고 누군 죽고... 어느 위암 환자들의 선택?
 

A
그는 45세의 남자였고, 위암 2기 판정을 받았다. 의사의 권유대로 수술을 했지만 퇴원 후 항암제 투여는 거부했다. 대신 면역력 회복을 위한 약을 복용했으며, 처음 몇 번은 6개월 단위로 PET(양전자 방출 단층 촬영) 촬영을 비롯해 재발 및 전이 여부 검사를 받았다. 이후엔 1년 단위로 검사를 받았는데, 5년 동안 특이한 사항이 없어 완치 판정을 받았다.
 
B
50대 중반의 남자였고, 역시 위암 판정을 받았다. 수술 후 표적치료 항암제를 투여받으며 항암치료를 하였으나, 암세포가 다른 장기로 전이됐다는 판정을 받았다. 효과에 대한 의문과 비용 때문에 일반 항암치료로 전환했는데, 항암치료 부작용으로 머리카락이 빠지고 잦은 구토와 소화불량까지 겹쳤다. 면역력이 떨어지고 기운이 없어 걷는 것조차도 힘들 때가 많았다.
 
A
그의 성격은 낙천적이다. 수술을 하기 위해 병원에 입원한 그는 금식이 시작되기 전날 친구와 함께 병원을 빠져나가 삼겹살을 먹고 들어올 정도로 상식에 반하는 행동을 하곤 했다. 수술은 수술이고, 먹고 싶은 건 기어이 먹어야 하는 성격이었다. 이것저것 가리지 않는 식습관이 암을 불러 왔을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그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어쨌거나 암에 걸린 게 현실이라면, 암이 왔다고 해서 나 죽었네 한숨만 쉬는 것보다는 현실을 인정하며 긍정적인 사고를 갖는 게 중요하다고 말하곤 했다.
 
수술은 했지만 항암치료를 하지 않았기에, 몸무게가 10kg 정도 줄어든 것을 제외하고는 큰 고통을 받진 않았다. 물론, 수술 이후 아내의 권유에 따라 음식 섭취에 신중을 기하기는 했다.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집 밖에서 음식을 사 먹지 않았으며 직장에도 도시락을 싸가지고 다녔다. 수술 후 1년도 못 되어 와인을 마시기 시작했고, 이후 소주 등 독주도 마셨다. 담배는 18살 무렵 시작한 이후 수술을 받기 위해 입원했을 때를 제외하면 한 번도 끊은 적이 없다. 주변에서 걱정스런 시선을 보냈지만 그는 개의치 않았다. 대부분의 사람이 전이나 재발을 염려했으나, 그는 보란 듯이 수술 후 5년 완치 판정을 받았다.
 
B
그는 세심한 성격을 지닌 사람이었다. 수술 후 항암치료 역시 본인이 먼저 요구할 정도로 무엇이든 따지는 성격이었다. 그런 세심한 성격이 생활에 있어서는 많은 도움이 되는 것 같았다. 무엇 하나 허투루 소비하는 일이 없었으며, 몸에 나쁜 것은 입에 대지도 않았다. 물론, 술 담배도 하지 않았다. 남에게 해를 입히고 살 수 있는 성격도 아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다른 사람은 몰라도 이 사람만큼은 암에 걸리면 안 되는 사람이었던 것이다. 본인도 자신의 성격을 알고 있었기에 암에 걸릴 것이라고는 상상할 수도 없었다. 막상 암 선고를 받고 보니, 억울한 마음에 며칠 동안 잠을 잘 수 없는 것은 물론이려니와, 아끼고 노력하며 살아온 지난날들이 허무하게 느껴질 뿐이었다.
 
수술을 할 병원도 이러저러한 정보를 취합해 본인이 결정했으며, 표적치료 항암제 투여 또한 의사에게 미리 물어볼 정도로 세밀하게 관련 정보를 살폈다. 그런데 한순간의 판단이 그를 고통의 길로 내몰고 말았다. 표적치료 항암제라고 해서 이름처럼 암세포만 골라서 죽이는 항암제인 줄로만 알았던 것이 화근이었다. 정상 세포는 유전자 이상 과정을 거쳐 암세포로 변하는데, 이 과정 중에 표적인자가 만들어지고 이와 반응하는 물질을 투여해 암세포의 생장을 방해한다는 게 표적치료 항암제의 원리다. 치료 원리만 보면 정말 항암제가 암세포만 골라서 공격하는 것처럼 여겨질 수 있겠으나,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표적치료 항암제는 근본적인 암 치료보다는 생존율을 늘리기 위해 사용한다. 그런데 많은 암 환자들이 표적치료 항암제가 마치 암세포만 골라서 죽이는 줄로 착각하고 있다. 항암제 이름처럼 암세포만 선별해 표적 치료가 가능했다면, 암은 벌써 정복됐을 것이다. 표적치료 항암제는 암세포를 직접 죽이는 약이 아니라, 암세포가 생성될 때 만들어지는 생체물질의 활동을 억제해서 암의 성장을 지연시키거나 억제시키는 작용을 하는 항암제이다. 신호전달을 억제해서 암의 성장을 늦추는 것을 신호전달억제제라고 부르며, 암세포에 영양을 공급하는 신경혈관을 억제하는 것을 신생혈관억제제라고 부른다. 이 두 가지가 통칭 표적치료 항암제로 불리고 있다.
 
아는 게 병이 되었다. 일단 암세포가 다른 곳으로 전이(轉移)됐고, 표적치료 항암제 효과가 없어 일반 항암제로 전환할 수밖에 없었다. 보통 항암치료 한 번 받을 때마다 수천만 개의 정상세포가 사멸한다고 한다. 한번 파괴된 세포는 거의 재생되지 않으며, 항암치료나 방사선 치료를 받은 암 환자들은 갑자기 살이 빠지면서 급속하게 노화가 진행된다. 암 환자의 면역력이 급격하게 떨어지는 것은 암세포 때문이 아니라, 사실은 항암제 부작용 때문이다. 암 치료를 위해 맞는 항암제 자체가 강력한 발암물질이요, 면역력 훼손 물질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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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진단을 받는 순간부터 우리는 선택 기로에 서게 되는데, 초기 선택에 따라 엄청난 결과의 차이를 가져온다.
 
치료 초기 시행착오는 약이 되지만
치료 중기 이후 착오는 독이 된다
 
A
그에게 수술 후 항암치료를 받지 않은 이유를 물었다.
“초기 위암의 경우, 수술 후 생존율이 다른 암보다 높다는 걸 알고 있었다. 다만 항암치료만큼은 의사에게 적극적으로 내 생각을 말했다. 암보다 항암치료 때문에 고통스러워하는 사람들을 알고 있었고, 의사도 그 부분에 대해서는 부정하지 않았다.”
그는 자신이 비교적 초기에 암을 발견했던 것이 다행인 것 같다며, 항암제 투여나 방사능 치료 등 항암치료를 적극적으로 회피한 것은 그러한 치료법들이 정말 암 치료에 도움이 되는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항암치료를 받지 않음으로써 수술 후 암이 재발하거나 전이가 될 수도 있다는 말을 듣기도 했다.
하지만 어차피 항암치료 때문에 몸이 망가져 면역력을 잃게 되면 분명히 암세포는 다시 자라날 것이기에 항암치료를 받으나 안 받으나 그게 그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일단 자기 몸의 면역력을 살리는 쪽으로 결정을 했던 것인데, 결과적으로 아주 잘한 선택이 되었다.
 
B
항암치료제 효능만 믿고 별다른 노력을 기울이지 않은 것을 후회했다. 항암제가 암세포만 집중적으로 없애는 줄 알았던 자신의 무지를 자책했다. 그는 뒤늦게나마 몸의 면역력을 기르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많은 암 환자들이 항암제 투여 및 방사능 치료 부작용 등으로 음식 섭취를 제대로 하지 못해 결국엔 영양실조와 합병증으로 목숨을 잃는 경우가 많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병원에서도 더 이상의 항암제 투여를 고민할 정도로 몸이 야위어갔다. 처음에 선택을 달리했더라면, 만약 항암치료를 받지 않았더라면 어떻게 되었을까? 반대의 결과가 나온다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항암치료 부작용에 따른 고통만큼은 덜하지 않았을까?
결과만 보고 ‘만약’이라는 가정을 붙일 수는 없겠지만, 암 환자들은 타인의 사례를 잘 들여다보고 분석할 필요가 있다. 실패한 경험담 앞에 ‘만약’이라는 가정을 붙여 생각하면 분명하게 선택해야 할 길이 보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순간 그릇된 선택 때문에 고통 속에서 살다 간 사람을 보면서도 자신 역시 그와 똑같은 길을 간다는 것은 자살행위와 다를 게 없다.
 
생각의 각도를 바꿔라!
지구와 달의 거리는 약 384,400km이다. 달에 간 우주선이 지구로 돌아올 때 출발 각도를 불과 2도만 잘못 잡으면 지구에 도착할 때는 18,000km 정도가 어긋난다고 한다. 실로 엄청난 차이가 있는 것이다. 과연 우주선만 그럴까? 건강 관리에 있어서도 초기 선택의 각도에 따라 엄청난 결과의 차이를 가져온다.
 
암 치료도 다를 게 없다. 검진 시 암일지도 모른다는 얘기를 듣는 순간부터 우리는 선택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한다. 우리 몸을 우주선에 비유한다면, 이때가 출발점이다. 소견서를 들고 대형병원엘 가야 하는데, S 병원엘 가야 할지 Y 병원엘 가야 할지 선택해야 한다. 대형병원에 가서도 1번 의사를 만나 진료를 받을 것인지, 2번 의사를 만나 진료를 받을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 운 좋게 긴 시간을 기다리지 않고 수술을 받았다고 해도 항암치료를 받을 것인지 말 것인지를 선택해야 한다. 항암치료 역시 선택을 강요받는데, 독성이 강한 항암제 투여를 받을 것인지 말 것인지를 결정해야 한다. 대부분 병원의 결정을 따르게 되는데, 이때가 우주선이 달과 지구의 중간 지점쯤을 지나고 있다고 보면 된다.
 
만약, 중간에라도 궤도가 잘못됐다는 것을 깨닫고 각도를 수정한다면 초반의 시행착오에도 불구하고 ‘치유’라는 애초에 닿고자 한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다. 하지만 처음부터 우주선의 조종간을 타인에게 맡겨둔 채 궤도가 잘못됐음을 알면서도 진행 각도를 수정하지 않는다면 결국 목적지와는 전혀 다른 엉뚱한 곳에 내려앉게 될 것이다.
암이 찾아왔을 때, 초기 선택은 치료에 있어 매우 중요하다. 만약, 그 선택이 잘못되었다면 과감하게 생각의 각도를 수정하는 것이 맞다.
 
- 윗글은 암에 걸린 사람들책에 실린 내용을 일부 발췌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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